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의회식 토론이라는 개념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의회식 토론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제41회 세계대학생토론대회 개회식의 4번째 세션으로 모의 한국어 의회식 토론이 실시됐습니다! 세계한국어토론대회의 축소판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요. 이번 모의 한국어 의회식 토론은
만일 과학적으로 가능하다면, 본 의회는 인간이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라는 의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이화여대 영어토론동아리 EDiS 출신이자 제40회 태국 세계대학생토론대회 한국 대표 참가팀인 엄지연, 임윤정 연사가 찬성 측 토론자로, 연세대 영어토론동아리 YUU 출신이자 각각 37회 네덜란드 세계대학생토론대회 본선 진출자, 전국대학생영어토론대회 심판위원장인 장석우, 김규민 연사가 반대 측 토론자로 참여해 주셨어요! 그럼 함께 즐거운 토론의 세계로 떠나 보실까요?!😉
첫 번째 찬성 측 토론자인 엄지연 연사님의 주장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찬성 측은 가장 먼저 의제의 정의로 토론을 시작했는데요.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거짓말이란 '언어적, 비언어적 소통을 아울러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표현 과정 속에서의 거짓말'을 뜻한다.
2.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침묵, 즉 묵비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3. 비현실적, 창의적 생각이 가능하며, '만약 x한다면, y할 것이다'와 같은 가정을 말할 수 있다.
찬성 측은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애초에 거짓말이 불가능한 사회에서는 그 사회의 규범, 예의,
그리고 관례적 소통 방식이 다를 것이라는 주장을 전개했습니다.
"거짓말이 불가능하다면 친하지 않은 사이라도 누군가 사생활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대답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는 우려에 대해,친밀도, 개인적 친분 등 관계의 맥락에 따라
사생활에 대한 질문을 조절하는 것이 당연해질 것이라 말했습니다.
거짓말이 불가능해짐으로 인해 많은 사회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죠
찬성 측은 그러한 변화의 첫 번째로, '사법체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라는 점을 꼽았습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범죄자가 거짓말을 할 수가 없으니 처벌의 가능성이 올라갈 것입니다. 또한 애초에 보이스피싱, 금융 사기, 문서 위조 등 거짓말을 기반으로 한 범죄의 발생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도 큰 장점이죠. 재판 과정에서는 증언이 바로 증거가 될 수 있어 수사 과정이 간소화됩니다. 결정적으로 두 사회 모두 묵비권이 가능하지만, 찬성 측 사회에서는 최소한 무고한 사람들의 말을 100% 믿어줄 수 있는 사회라는 점도 중요한 근거로서 강조되었습니다!
두 번째 변화로는 '공인을 믿을 수 있는 세상이 된다'라는 것이 제시되었습니다.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세상에서는 정치인의 거짓 공약이 불가능할뿐더러, 공인들이 비도덕적 행위나 실책에 대한 책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거짓말은 아니지만 정확한 팩트도 아닌, 애매한 발언의 가능성에 대해 우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거짓말이 불가능한 세상에서는 거짓말에 더 큰 심각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대중의 신임도 크게 좌지우지되겠죠.
따라서 공인들은 대중의 서포트를 잃지 않으려고 섣불리 애매한 말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거짓말을 못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사회적, 공익적 가치가 더욱 충족될 수 있겠네요. 😀
"무고한 사람을 무고하다고 믿을 수 있는 세상, 청렴한 공인을 구별할 수 있는 세상.
토론 속 세상이더라도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깔끔한 요약으로 마무리된 찬성 측 첫 번째 발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산타클로스를 굳게 믿었다는 김규민 연사님은
"동심과 이상을 파괴하고 세상을 어둠으로 물들일 찬성 측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라고 유쾌하게 토론을 시작해 주셨는데요. 🤣
지금부터 그 이유를 함께 알아봅시다! 반대 측은 먼저 '거짓말을 할 수 없다면 진실이 더욱 대두되는 세상, 더욱 투명한 세상이 될 것'이라는 찬성 측의 전제 조건에 반박했습니다. 이미 많은 범죄자들은 거짓말은 하지 않지만 진실도 말하지 않는, 사실을 숨기는 식으로
범죄나 사기를 저지릅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은 채로도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이
왜곡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교묘한 유도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이런 범죄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 하나로 인해 방지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반대 측은 새로운 사회가 거짓말의 순기능은 전부 없애고
오히려 역기능만을 남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반대 측에 따르면 거짓말이 없는 세상은 솔직한 세상, 꾸밈없는 세상이 절대 될 수 없습니다. 탄식하거나 실망하는 뉘앙스 등의 비언어, 반언어적 표현만으로
긍정인지 부정인지는 충분히 가늠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도 합니다.
또한 거짓말의 순기능은 산타클로스나 이상론만이 아님이 강조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는 어떤 발언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지만 이런 면도 있지 않을까요?" 하는 방식의 돌려 말하기가 가능합니다. 예의범절을 지키면서도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고 충분히 부드러운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죠. 만약 모두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예의 없고, 삭막한 현실을 살아야만 한다면 문제는 이에 국한되지 않고, 생각의 다양한 교환과 이를 통한 건설적 토론이 진행되기도 매우 힘들어질 것입니다. 반대 측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확증 편향, 필터 버블, 에코 챔버 등의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 지적했습니다.
*필터 버블(filter bubble)은 개인화된 검색 결과물의 하나로, 사용자의 정보에 기반하여 어느 정보를 사용자가 보고 싶어 하는지를 알고리즘이 추측하며, 그 결과 사용자들이 자신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정보로부터 분리될 수 있게 하면서 효율적으로 자신만의 문화적, 이념적 거품에 가둘 수 있게 함.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뉴스 미디어가 전하는 정보를 이용하는 이용자가 갖고 있던 기존의 신념이 닫힌 체계로 구성된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증폭, 강화되고 같은 입장을 지닌 정보만 지속적으로 되풀이 수용하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말 출처: 위키백과
머리말만큼이나 재밌고도 흥미로운 주장이었습니다!
곧이어 찬성 측 두 번째 토론자가 논제의 쟁점을 짚어주시며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찬성 측은
"이 토론의 바탕이 되는 사회는 현 사회에서
'거짓말의 요소만 없어진 사회가 아니라 관습 자체가 다른 사회'"
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거짓말이 불가능한 사회에서는 거짓이나 가식 등의 개념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솔직함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예의나 눈치가 없다고 하지 않는 사회인 것이죠. 찬성 측은 이런 사회에서는 예의의 정의 자체가 다르다고 말합니다. 사실 거짓말이 가능한 사회에서는 분위기나 환경에 따라 거짓말을 하는 것이 강요되고, 그렇지 않았을 때
센스 없다고 평가되는 경우가 있죠. 이는 드라마나 광고의 회사 생활 등에서도 자주 묘사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거짓말을 할 수 없다면 불편한 상황에서 무조건 긍정적 반응을 해야 하는
내재적 기대 자체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소신 있게 말하는 게 당연합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행동으로, 개인의 개성이 존중됩니다. 이에 따라 찬성 측은 개개인이 활발하게 상호작용하고 건설적 토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찬성 측은 반대 측의 강력한 주장이었던 동심파괴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앞서 제시된 세 가지 정의 중 하나인 "비현실적, 창의적 생각이 가능하며,
'만약 x한다면, y할 것이다'와 같은 가정을 말할 수 있다"를 근거로, 인간이 날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다양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동심을 파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찬성 측은 진실성에 대한 의문이 사라짐에 따라
1. 거짓 정보를 바탕으로 한 범죄의 감소
2.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거짓된 인간관계를 진실되게 할 수 있음
도 정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찬성 측은 현 사회의 특성을 짚으며 논점을 전개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개인 유튜브 등 개성이 두드러지고, 뒷광고 규제 등 비판을 통해 진실성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찬성 측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면 위와 같은 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으로
주장을 마무리했습니다.
치열한 논쟁 끝에 벌써 반대 측 두 번째 토론자의 순서가 되었는데요! 반대 측은 거짓말을 못 하는 사회는 두 부류로 나뉠 것이라 가정했습니다.
1. 거짓말을 못 하기 때문에 직설적으로 발언하는 사람들
2. 거짓말을 할 수 없어도 진실을 말하기 싫기 때문에 두루뭉술하게 진실을 감추는 사람들
반대 측은 어떤 방식으로 사회가 변하든 그 사회가 우리 사회보다는 더 안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며 단호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반대 측은 먼저 그 이유로 거짓말을 할 수 없다면 범죄가 줄어들 것이라는 찬성 측 주장을 반박했는데요. 많은 피해자들이 범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범죄자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경우를 예시로, 이런 상황이 불가능해진다면 절대 범죄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재판, 수사, 기소 과정을 생각하면 증거 확보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타인의 대화를 몰래 녹음해서 증거를 얻는 것, 공익 제보자가 신분을 감추는 것,
위장 및 함정 수사 등이 모두 불가능해질뿐더러,
사생활을 숨기고 싶은 참고인들이 증언을 하기 두려워하는 사회가 된다고 본 것이네요.
마지막으로 반대 측은 '선의의 거짓말'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력한 근거로 꼽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권력이 없는 사람들이 더욱 불리해진다'라는 것인데요.
반대 측은 사회 고위층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삶에 있어 큰 타격이 없을 것이지만
권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반대 측이 제시한 예시를 살펴볼까요?
부장님께서 신입 사원에게 회식을 갈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신입 사원은 회식에 가기 싫어도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보통 우리는 선약이나 가족행사 등 다른 이유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거짓말이기는 하지만 비윤리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과장님과 같은 직급이거나 그 이상의 경우에는 자신의 의견을 쉽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작은 예시지만,
권력에 따라서 발화 권력이 다르기 때문에 거짓말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선의의 거짓말을 뺏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사회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죠.
반대 측은 또한 권력 있는 자가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다면,
그들은 진실이 아니라 밀실 속 대화를 할 것 같다 예상했습니다.
민감하고 대답하기 싫은 질문이 가능한 언론 앞에 정치인들이 서는 일이 줄어들고,
결국 사회가 투명해지는 게 아니라 역행하게 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반대 측은 정부의 입장에서 거짓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선 필연적으로 진실이 아닌 말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인플레이션 등 어떤 현상을 통제하는 데 자신이 없더라도
거짓말을 통해 확신을 줄 의무가 있는 것이죠. 외교 역량에서도 예절을 위해 타국 정상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처럼 민감한 영역에서는 거짓말이 용인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선한 거짓말의 기능으로 볼 수 있겠네요!
반대 측은 찬성 측이 언급한 일부 장점을 취하기 위해 거짓말이 없는 세상을 택하는 것은
"소탐대실" 이라 주장합니다.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사회는 권력층에게 더 유리할 것이고, 시민들에게는 더 삭막하고, 직설적이고, 상처를 받는 사회라는 근거가 기반이 되었네요.
이렇게 모의 한국어 의회식 토론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모의 토론이었음에도 연사님들의 열정적인 참여와 논리적인 주장 덕분에 정말 치열했던 시간이었어요!
여러분은 어떤 쪽의 주장이 더 타당하다 생각하시나요?
코로나19로 인한 참가자 제한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과 참관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지만 (ㅠㅠ)
다가오는 10월 개최되는 >>제1회 세계한국어토론대회<<에서는
한국어 의회식 토론을 더욱 많은 분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네요!
모의 한국어 의회식 토론의 풀 영상을 보고 싶으시면 위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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